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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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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가트 로그 당당히 나선 이유는 하나였다. 빨리 끝내고 늘 그렇듯 엎드려 잠이나 잘 생각이었는데. 제가 두려워하는 거라면 뭐 커다랗고 징그러운 것들이겠지 싶어하였지만, 전혀 생각치도 못한 것을 마주하고서는 저도 모르게 굳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쩐지 전혀 두렵지다 상상치도 못한 것이라, 다만 꽤나 두려운 일이라,그는 잠시 눈을 깜빡거렸다.
商羊鼓舞 무섭기는, 내가 그렇게 바다에 가라앉아버린다면 그대로 바다 안에서 물고기가 되서 살지 뭐. 모두가 무섭다고 서로를 외면하면 그대로 모두가 잠겨버릴지도 몰라. 어쩌면 그 사람의 바닷속은 환상적인데도, 그 사람이 잠수 중이라는 것만으로도 다들 그 아이를 이상하게 여길지도 몰라. 그러니까, 직접 들어가서 그 아이의 바다를 느껴보는 거지. 우리는 모두 마법사잖아? 바다에 들어가도 다시 빠져나오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난 그렇게 믿어. 그저 믿음뿐인, 그런 낙천적이기만 한 말입니다. 그 어느 근거도 없고 추상적이에요. 어쩌면 그대로 빠져죽더라도 상관없다는 듯 그리 말하고 있습니다. 그저, 그런 사람입니다. 당신이 당신이듯, 그는 그런 사람입니다. 입을 뻥긋거리는 당신에게 그저 푸근하게 웃어줍니다. 그렇다고 해 ..
3nd vacation
季布一諾 솔직히 말하자면, 네가 피아니스트인건 처음에는 몰랐어. 다만 네가 바이올렛이기에 다가간 건 맞단다. 친구하자는 것을 받아준 것도 네가 바이올렛이기 때문이었고. 다만, 글쎄. 언젠가부터 바이올렛은 없고 데이비드가 대신 내 옆자리에 항상 앉아 있더구나. 책장을 조용히 넘겨가면서 말이야. 당신을 보며 눈을 몇 번 깜빡거린다. 몇십분의 일 초의 정적이 스쳐갈 때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이 신기하게도 사람을 능력으로 따져 급을 나누고 혈통과 가문을 차별하여 저울에 담아내는 그에게 당신이란 존재는 꽤나 신기한 울타리 안의 예외였으니. 바이올렛이란 이름을 달았으나 다만 이름뿐인것은 이미 알았으며 피아니스트란 재능을 가졌지만 그는 그 재능이 한 사람을 정의내릴 정도로 최고의 재능은 아니라..
보가트로그
自中之亂 아프다, 솔직히 이제는 악기바리로 버틸 고고한 자존심이 아니었다면 그저 징징거리며 도망쳐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이 의미없는 주먹다짐에 무슨 가치가 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함께. 그런 생각이 뇌에 맴도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당신의 호선을 그린 입꼬리를 향해 손을 내다뻗을 뿐이었다. 때리는 것도 맞는 것도 요령도 경험도 없는 초짜. 체격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불리한 싸움에서도 고고한 척 웃어대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모양새를 낼 수 있는 까닭은 그래, 당신의 그 힘빠진 주먹 덕분이었다. 무서워하지 않기는. 그리 중얼거리는 말은 짓씹은 잇몸 사이로 흘러나가 들리지조차 않았겠지. 당신의 두려움은 맞는 것이 아니라 때리는 것이라는 것쯤은 이미 알아채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새벽 https://youtu.be/j3h1b3YyMJ8 아이는 의외로 잠이 없었습니다. 꾸벅꾸벅 조는 시간은 그나마도 낮이었습니다. 어쩌면 그건 태령산을 떠나고부터였을지도, 아니면 그 이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벽, 오전 그 어딘가의 해도 뜨기 전이지만 시퍼런 바다의 색과 새까만 그림자의 색이 뒤섞여 버릴 그 시간에 아이는 깨어 있었습니다. 아이는 줄곧 태령산을 떠나고부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아이는 그것 때문에 자신을 몰아가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습니다. 아무렴요, 세상에서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아이 자신이 아니겠나요? 목숨의 경중을 재는 저울의 그 반대편에 그 어떤 무거운 것을 몰아넣는대도 저울은 아이 본인을 향해 기울어질 겁니다. 잡스런 소리가 길었군요! 자아, 본론부터 말하..
난정헌 사망로그 1차 임상 실험은 모두 실패로, 전부 중단하였다. 더 이상 생존자가 남아있지 않으므로, 추가로 2차 임상 실험 대상자를 선별하여야 한다. 방금 전 그는 여기에 온 목적을 이뤘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수십의 자료 중, 하나를 열자 보인 그 글이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그 자리에서 당장 주저앉아 울거나 화를 내진 못하였다. 이미 예상하던 일이었다. 부정하고 싶던 사실을 눈앞에 두자 그는 의외로 허탈하고 머리가 깨끗해졌다. 오는 길에 좀비가 목을 물었었나. 제 목을 쓸어내린다. 아쉽게도 이곳을 잘라내버리면 자신은 죽는다. 물론, 그렇지 않아도 마찬가지겠지만. 그가 이리 멀쩡하게 서 버틴 건 그 사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라서일지도 몰랐다. 돌아가려는 찰나에 모두가 공포에 떨었다. 밖에는 수십의 좀비가 있다. 의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