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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로그/봄바다커

季布一諾

솔직히 말하자면, 네가 피아니스트인건 처음에는 몰랐어. 다만 네가 바이올렛이기에 다가간 건 맞단다. 친구하자는 것을 받아준 것도 네가 바이올렛이기 때문이었고. 다만, 글쎄. 언젠가부터 바이올렛은 없고 데이비드가 대신 내 옆자리에 항상 앉아 있더구나. 책장을 조용히 넘겨가면서 말이야. 

 

당신을 보며 눈을 몇 번 깜빡거린다. 몇십분의 일 초의 정적이 스쳐갈 때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이 신기하게도 사람을 능력으로 따져 급을 나누고 혈통과 가문을 차별하여 저울에 담아내는 그에게 당신이란 존재는 꽤나 신기한 울타리 안의 예외였으니. 바이올렛이란 이름을 달았으나 다만 이름뿐인것은 이미 알았으며 피아니스트란 재능을 가졌지만 그는 그 재능이 한 사람을 정의내릴 정도로 최고의 재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야, 머글들도 할 수 있는 것이니까. 그런데도 그는 당신을 울타리 안에 여전히 두며 도서관에 가자며 번거롭게 래번클로의 독수리 앞에 걸터앉아 대꾸도 않고 그의 질문을 단조롭게 들으며 당신을 불러낸다. 마음에 드는 거라곤 조용조용한 성격 뿐이지만서도 겨우 그것만으로 친구라고 이름을 불러주기엔 그의 저울은 한없이 냉정하였으니까. 그러니, 예외. 본디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존재하는 것,  녹색의 낮디낮은 클로버로 뒤덮인 벌판에 벌판에 첫 푸른 장미가 누구도 모르게 싹을 틔웠다. 정원의 오랜 친구인 주인조차도 모르는 사이에, 그리 무럭무럭 자라 장미 덩굴을 뻗어내고 있던 것이다.

 

왜, 나름 진담이었는데. 만나지 못하게 한다면 밀회하면 그만이고, 편지하지 못하게 한다면 몰래 보내면 그만이지. 정 싫다면 집안에서 집안으로 정식으로 초청해 볼까? 난 하고 싶은 건 해야 하는 성격이라서, 너랑은 다르게 말이야. 네가 바이올렛이라면 난 트리폴리움이란다. 꿀릴 거 하나 없지.

 

다정한 웃음에 서린 4월의 봄이 지나가면 끝내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겠지. 우리는 그리 자라고, 자라서 다시 끊임없이 새로운 4월의 봄을 맞으며 이미 뿌리내린 줄기는 새 꽃을 개화하겠지. 끊임없는 신비, 끊임없는 기적.  장미들이 울타리를 옭아매면서도 끝끝내 그 자리 안을 지키겠지. 정원의 주인이 그 가시를 마다않고 뽑아버리며 상처입기 않는다면. 그 표정에 가끔은 눈이 내리지 않길 바라며. 

 

아하하, 1학년 때는 호기롭게 네가 먼저 에스코트 해 준다더니 말이지. 이번에도 결국 손을 먼저 잡는 건 내가 되었네. 혹시 이제 와선 무서워진거니? 거절할까 봐? (싱긋...) 글쎄, 두근두근 이벤트를 위해 나중으로 대답을 미뤄볼까? 승낙할지, 거절할지 말이야. 그래야 좀 더 짜릿하잖니. 정작 아직 춤 신청도 에스코트 요청도 받지 않았는데 승낙하는 것이 웃기고 말이야. 앞으로 삼 년 간 네가 내게 요청한 춤을 거절할 명분을 만들지만 않으면 되겠네. 예전부터 그래왔듯 그 날을 고대하고 있으마, 마이 리틀 미스터. 

지인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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