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갈긴 글들 (3) 썸네일형 리스트형 남겨진 사람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로민 사일러스의 경우 로민 사일러스, 통칭 로민. 그는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다. 눅눅한 비린내와 습기찬 아늑함, 그리고 안정적이게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내에서의 아늑한 서류 작업을 빙자한 땡땡이를 이어가며 꾸지람을 듣던 나날의 이야기겠지. 오랜만에 밖으로 걸어나온 로민은 제 탓하는 자 하나 없는 줄 모르고 하염없이 울어대는 어린아이 같은 하늘을 저주했다. 찰박, 그의 반질반질했던 검은 구두는 어느새 순식간에 흙탕물로 진창이 되었으며, 새하얀 양말은 흙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혀를 찼다. 코레 바닐레아, 대표님이 예의주시하는 자, 이능력을 알리지 않은 이능력자, 언젠가일 적의 가족이었던 자와, 지금 자신의 타겟. 어디가 되었든 사람을 찾는 것은 쉽다. 기억을 따라간다는 건 그랬다. 길거리.. 아시간이 없어요 오늘따라 날씨가 조금 더 쌀쌀했다. 차가운 바람은 살갗을 에는 듯 베고 지나가고 조금 짧아진 바지 덕에 드러난 발목은 에는 듯한 추위로 차갑게 얼어붙어 버리었다. 감각이 이미 사라진 손을 싹싹 비벼 주머니에 우겨넣고는 목도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머리 위로는 아름아름 눈송이가 사뿐히 내려앉으며 겨울이 왔다고 온몸으로 뽐내는 듯 하였다. 달달 떨리는 이빨을 꽉 아물고 허전히 비워진 나무 밑의 벤치에 걸터앉았다. 흔들어 식어가는 핫팩에 남은 미적지근함으로 손을 녹여본다. 하아~ 입에서 퍼져나가는 입김과 뿌옇게 김 서린 안경이 내 눈 앞을 가로막는다. 안경을 닦으려 들어올린 팔 끝에서 쌓인 눈이 스륵 흘러내린다. 아, 마치 그때의 겨울과 같았다. 몇번의 겨울이 지나기 전에, 몇 번의 봄날이 지나기 전에.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