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로그/봄바다커 (3) 썸네일형 리스트형 季布一諾 솔직히 말하자면, 네가 피아니스트인건 처음에는 몰랐어. 다만 네가 바이올렛이기에 다가간 건 맞단다. 친구하자는 것을 받아준 것도 네가 바이올렛이기 때문이었고. 다만, 글쎄. 언젠가부터 바이올렛은 없고 데이비드가 대신 내 옆자리에 항상 앉아 있더구나. 책장을 조용히 넘겨가면서 말이야. 당신을 보며 눈을 몇 번 깜빡거린다. 몇십분의 일 초의 정적이 스쳐갈 때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이 신기하게도 사람을 능력으로 따져 급을 나누고 혈통과 가문을 차별하여 저울에 담아내는 그에게 당신이란 존재는 꽤나 신기한 울타리 안의 예외였으니. 바이올렛이란 이름을 달았으나 다만 이름뿐인것은 이미 알았으며 피아니스트란 재능을 가졌지만 그는 그 재능이 한 사람을 정의내릴 정도로 최고의 재능은 아니라.. 보가트로그 自中之亂 아프다, 솔직히 이제는 악기바리로 버틸 고고한 자존심이 아니었다면 그저 징징거리며 도망쳐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이 의미없는 주먹다짐에 무슨 가치가 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함께. 그런 생각이 뇌에 맴도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당신의 호선을 그린 입꼬리를 향해 손을 내다뻗을 뿐이었다. 때리는 것도 맞는 것도 요령도 경험도 없는 초짜. 체격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불리한 싸움에서도 고고한 척 웃어대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모양새를 낼 수 있는 까닭은 그래, 당신의 그 힘빠진 주먹 덕분이었다. 무서워하지 않기는. 그리 중얼거리는 말은 짓씹은 잇몸 사이로 흘러나가 들리지조차 않았겠지. 당신의 두려움은 맞는 것이 아니라 때리는 것이라는 것쯤은 이미 알아채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