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적, 불쌍한 이 대화의 주인공에게.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게 무엇인지 아시는지 묻습니다.
저는 모릅니다.
동시에 압니다.
겪어본 적은 없지만 들어본 것은 수없이도 많아서.
※주의※ 폭력 (목을 조름) 등의 묘사가 존재합니다. 약간의 징그러운 묘사(여러 개의 입)가 있습니다. |
당연하게도 당신이 더 정의롭다라...
그거 압니까? 난 사람을 죽인 자가 아니라면 죽여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럼 사람 하나를 골라잡아 살해하며 물어봅시다.
당신이 자신을 살해한 것이 더 미울지, 아니면 그것을 말리지도 않고 바라볼 제가 미울지.
그런데...
제가 당신의 인생을 쭉 나열해볼까요? 당신 같은 사람의 삶이야 뻔하다 말합니다.
돈도 보호자도 없고 길거리나 전전하며 빌어먹다 살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여서 살아남아 이곳에 서서, 감히 자신이 죽인 자들은 바라보지도 않은 채 행복만을 꿈꾸시는군요.
제 말이 틀립니까?
당신은 당신이 누구보다 힘들고 불행했다며 자신의 과거를 합리화하겠지요. 아니면 모른 척 하려나...
그거 압니까? 저는 정말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말합니다. 겨우 22년의 인생, 그중에서도 이야기꾼으로서의 5년.
그 안에 당신과 비슷한 삶을 살아간 자가 수없이 많았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당신과 다른 선택을 한 자도 수없이 많았지요.
목을 조른다고 말을 못하렵니까, 눈이 없다고 앞을 못 보렵니까,
귀가 없다고 못 듣고 손이 없다고 못 쓰며 입이 없다고 다물겠습니까.
묻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정녕 생각합니까?
잉크가 이내 축 늘어져 액체로 변합니다. 마치 한참 흘러 변색된 피마냥 우리는 모두 새까맣게 젖어버립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당신의 과거를, 당신의 현재를, 당신의 미래를! 만약을 가정하며 사는 당신을 읽어야 하는데 목을 졸라 말을 못 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건 제 목에 가해오는 압력 때문일까요. 테일-텔러. 해석하자면 이야기꾼. 동시에 거짓말쟁이. 당신에게 어느 만큼의 진실을 전했을까요. 어디까지만이 즐거운 거짓인가요.
당신이 화를 내며 분노할수록 그는 즐겁습니다. 목이 잡혀 꺾이더라도 아마 그는 죽는 순간까지 즐거워하겠지요. 폐에 남은 숨을 끌어내어 당신에게 말합니다. 할 수 있는 말을 그것이 전부입니다. 다만 그는 분명 그가 이 말에 짜릿한 반응을 돌려줄 것이라 예상합니다. 분노할까요? 울어버릴까요. 혹은 그런 그를 그저 잡아 죽여버리고 싶을까요!
그대로 당신을 향해, 만년필 대신 어느새 꺼내 잡아든 은장도를 꺼내 휘두르고 있습니다. 당신의 손을 떼어내야겠거든요. 방금의 말에 폐가 남은 숨을 거의 다 쉬어갑니다. 어딘가 약해지는 악력을 느끼자마자 도망치려 시도합니다. 아직은 그가 죽기엔 이르거든요! 이야기꾼이라 해서 정말로 입만 살았을 거라 생각한 건가요? 그의 손은 날을 짧게 휘어잡은 채 당신을 찔러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흉터 하나 없는 고운 얼굴에 상처입힌 그 얄량하고 난폭한 손을 말이죠.
(*마찬가지로...다방면으로 죄송합니다...정말 여러가지로...!! 편하게 이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명조는 테일의 말, 그 외는 상황서술로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