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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로그/창세커

生寄死歸

어둠에 창백한 꽃송이마다

깨물어 피터진 입을 맞추어

 

마지막 한방울 피마저 불어 넣고

해돋는 아침에 죽어가리야

(조지훈/맹세)

 

글쎄, 그들이 우리의 희극을 이끄는 자라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은 끝내 우리가 아닌가? 우리의 유래를 위한 부가 장치가 그들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때. 

 

당신의 의견을 무시할 셈은 없었으나 여전히 한없이 무심한 말은 그의 목구멍을 타고 내려와 혀 끝에 맴돕니다. 적어도 자신은 장기말 따위가 아닌, 그들과의 관계 또한 얽힌 하나의 소관일 뿐이라 믿으며. 우리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인간의 본능대로 살아가고픔을 멀리서 바라보며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채 이기적이라 판단하여 잣대를 들이미는 자들을 진작 무시하지 않은 것만이 잘못일 것입니다.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으니 우리가 받을 벌은 없다.

 

글쎄, 그것은 단정할 수 없다. 눈앞의 이득을, 멀리의 이득을 좇아 당신을 내버린 채 날아올라서는 당신이 보지도 못할 멀리 있는 곳을 날아가더라도 당신은 그를 잡을 수 없다. 어쩌면 당신이 수십 번을 다시 지고 피더라도 눈길조차 주지 않겠지. 그것이 매정하다만 나비가 꽃을 사랑하는 방법. 그의 앨리스에게 약을 쥐어 주곤, 뒤에 쫒아오는 당신을 방관한 채 제 길만을 바삐 달려갈 나비의 방법. 

 

이런, 어쩌지. 나는 그것이 아직 두렵거든. 나의 앨리스는 그럼 용감하게 탐험에 나서 줄 건가? 이거, 길잡이란 이름을 누가 가져야 하는지 모르겠군.

 

나비는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날아가 자유를 기쁘게 누릴 테지만, 어쩌면 더한 사랑을 받고 더한 사랑을 나누겠지 하지만 나비는, 암컷 나비는 언제나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날아 돌아와 그곳에서 생애를 마감한다. 그러니 당신이 있는 곳이 어둠인지 뙤약볕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둠을 밝히지 못해도 나비는 당신을 찾을 수 있을 테니 그것을 당신은 이타라 칭하며 그는 그것을 이기라 칭한다. 모두를 사랑하는 자에게 나만을 사랑하라고 강요하는 이기는, 바스라져 죽어나갈 때 피어나겠지. 나비가 피워내는 첫 번째이자 마지막 꽃. 그것이 당신이 되기를 바라는 이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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