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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로그/창세커

敞世

너희의 그 도약이 한낱 제자리 높이뛰기라,
네가 향한 곳이 창세創世는커녕 창세敞世였을 뿐이라면. 그 도약은 의미없지 않은가!



더 로드에서, 수십 명. 다른 농원에서는 수백, 어쩌면 여태껏 수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아이들이 전부 죽었다. 그들 중에는 너보다 전투에 능한 아이도 나보다 영리한 아이도 눈치가 좋은, 발이 빠른, 운이 좋은 ,수많은 아이들이 있었겠지. 그렇지만 그 아이들이 모두 어떻게 되었지? 그들은,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했을까? 어찌 너는, 그런 헛된 도전에 너의 목숨과 안위를 어찌 갈아넣을 수 있지?

당신의 말은 옳다. 그리고 그것을 그도 느끼고 있기에, 동시에 그 감정을 가장 싫어하기에, 그는 입을 열어 당신의 말에 반박하기보다는 귀를 막아 제 끊어질 듯 불안한 심정을 잡아내려 한다. 어릴 적의 자신이,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삼 년 전의 자신이 무력히 꿈꾸었던 사실을 반박해낼 논리는 그에게 부족하니까. 그리고, 그 사실이 다시금 그에게는 너무나도 혐오스러웠으니.

내가 불쌍해? 어디가? 아니, 나는 불쌍하지 않아. 나는 그 누구보다 현명해. 유능하고 오만하지. 그것이 나다. 한낱 움직이지도 못할 꽃송이 같은 게 아니라! 한쪽 눈도 보이지 않는 네가 무엇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거지?

그는 토해 내듯 제 목소리를 질러 대더니만 당신의 말을 듣는다. 그래, 흔들리는 두 눈동자는 당신을 마주한다. 당신의 말을, 납득하고 싶어하지 않아하기에. 당신의 입이, 자신이 틀렸다 스스로 인정하기를 바라기에, 하지만 그것 또한 듣고 싶지 않기에. 당신의 검은 그 눈동자를 한때 하염없이 좋아하며 그 인류애와 오만함을 어쩌면 동경하였기에. 당신을 때린 손은 과거의 그를, 현재의 그를, 그리고 아직도 자신이 잃은 그것을 놓지 않으며 올곧게 걸어가는 당신에 대한 시기였고 질투였다. 동시에 저는 져 버린 저 하늘에 별로서 반짝이고 있는 당신에 대한 동경이었으며 사랑이었으니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그의 가슴을 베어 헤집었으며 그의 표정을 찢어 내보인다.

똑똑히 보라고? 무엇을 볼 수 있지? 나는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 다리는 걸을 수 없었으며 내 팔은 집을 수 없었지. 내 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나는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했어야 했지? 그 잘난 네가 사랑하는 인류를 부르짖으며 너희의 슬픔 속에 귀신의 식사로 나의 그 위기가 생의 마지막이 되게 했어야 했느냔 말이다! 나는 이제 온전한 내 다리로는 한 발짝도 걷지 못하고 온전한 내 팔로는 누구도 안지 못하는데. 온전한 내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역겨워졌는데-

제 목이 터지도록 울부짖는 목소리는 짝, 하고 제 뺨이 돌아가는 소리에 끝내지 못한 마지막 단어만 입 안에 맴돈 채 한동안 잠잠해진다. 한참의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서, 열린 입은, 뱉은 말은. 그래. 아.

그렇다면 그 머저리에게 알려 줘. 대체, 내가 뭘 어쨌어야 하는 거지. 내가! 내가...네가, 너라면 나였을 때 어떻게 했을 것 같느냔 말이다!

흐느끼는 목소리는 저편으로 흘러넘어가서, 당신에게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래, 아무도 들어 주지 않았던 그의 호소,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던 그의 변명은 목을 타고 흘러 뜨거운 눈물이 되어 어둠으로 덕지덕지 뒤덮인 눈을 씻어낸다. 아, 이제 당신의 얼굴이 좀 보이는 것 같기도. 그 새까만, 밤하늘과도 같은. 내가 동경했던, 그리고 동시에 증오하는 그런 눈이. 그래도, 결국 앞이 트이더라도 그는 끝내 자신이 옳다는 것만은 포기할 수 없기에, 그것만을 포기하면 자신은 정녕 존재할 이유 따윈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서, 당신이 제게 어쩔 수 없었다며, 너의 말이 맞았다며 수긍해주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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