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은 비난 속에서는 시들고 말지만, 격려 가운데서는 꽃을 피우는 법이다.
능력을 어수룩하게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자기 생애를 괴롭히는 결과가 된다.
-장자(莊子)
시끄러워! 닥치란 말이다.
당신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제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동시에 당신의 말한 바가 정말로 맞는 것만 같아서. 그렇지만 당신이 맞다는 것을 제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다만 그에게는 반박할 지식도 지혜도 부족한 것 같기에.
아, 이런 그는 또다시 무능을 느낀다. 그것은 그가 가장 혐오하던 그 감정. 어쩌면 그가 이곳으로 도망쳐 왔을지도 모르는 원인 중 하나. 당신의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입술을 살그만 깨물던 그의 침착한 표정이 깨진다면. 그의 단단한 신념에 그릇되었다는 잣대를 가져다 댄다면. 그는 다시 입을 연다. 다만 이제는 침착함을 눌러담은 오만함을 벗 삼아 제 성질을 마음껏 뿌리면서.
불행히도 그는 당신이 바라던 대로 제정신이 아니었으나, 그렇기에 누군가의 말을 듣지 않게 귀를 틀어막았다. 자신 옆에서 유능을 속살거리는 이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삼 년 전 무렵의 무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무력감은 분노의 화살이 되어 당신을 향한다.
그렇다면 내가 거기서 무엇을 선택했어야 했지? 네가, 내가 왜 어떤 마음으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아나? 그것도 모르며 아는 체 나불거리는 꼴이 어리석구나.
나라고 모를 줄 아는가?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탐스러운 식량일지를. 그들은 나를 먹고 싶어하겠지. 그런 내가 삼 년 간 먹히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이 나를 살려 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이 먹는 것보다 값질 만큼의 가치를 만들어낸 거다. 그 노력을 감히 귀신들의 비상 식량 정도로 치부하는 건가?
글쎄, 안 믿어. 너희의 궤변은 믿지 않아. 이야기꾼의 말은 항상 그렇겠지. 과장하고, 날조하고. 나는 변하지 않았고, 너희들 또한 변하지 않았다. 너희는 내 유능함을 재단했을 것이며, 너희와 있다면 내 유능함은, 나는. 나는.
어쩌면 무능이었겠지. 그 말을 차마 뒤로 잇지 못한 채로 그는 희게 질리도록 깨물은 입술 사이로 제 무능을 가리기 위한 단어를 쏟아 낸다. 그것은 그의 발악, 입으로 말하던 그의 유능함이 손은 따라가지 못하던 자의 발악.
아니, 나는 믿어. 너희 따위보단, 나를 유능하다 속살거리며 치켜세워주는 그들을 너의 얄랑한 거짓말보다야 믿는다. 아, 게이고르, 듣고 있나? 내가 당신을 이리 신뢰한다는 걸 당신이 들는다면 얼마나 기분 좋게 웃어줄지.
나에게는 이제 그 최상의 선택지가 없다. 아니, 지금이 최상의 선택지이다. 그러니 믿어야만 해. 나는 세 번의 여름이 지나 겨울에 오도록 너희를 만나기를 원하지 않았다.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며 내가 필요로 하지 않을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으니. 내가 이곳에 온 까닭은 단순히 나의 친우와 한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러니 이번의 마지막 만남은 나만의 세상을 창세하는 도약이 될 것이요 너희의 세상을 닫는 폐쇄의 추락이 될 거다. 81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