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졸한 모순 어쩌구 저쩌구, 그 뒤로 그는 당신의 말에 들어줄 가치도 없다는 듯, 당신의 말을 싸그리 무시하곤 놓은 손을 탁탁 털었다. 나자빠진 모습에 조금의 조소를 곁들인 채. 이제 당신이 또 무슨 망언을 내뱉으며 자신의 앞에 억지를 들이밀지 조금은 흥미로운 채로, 조금은 짜증나고 귀찮은 채로 당신을 응시하였다.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은, 금세 얼굴에서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네가 세운 플롯은 그게 다야? 재밌네. 한 번 해보던가. 내가 그 정도 일도 대처 못할 것 같은 멍청이로 보였나 봐. (라며 조금 식은 듯 성의없는 눈초리로 당신을 바라본다.) 혹시 기억해? 벽 얘기 하니까 문득 떠오른다. 누구였더라, 기억도 안 나네. 어쨌든. 나한테 자꾸 치근덕거리면서 공을 내밀었는데, 내가 공을 벽 밖으로 던져 버렸거든. (이라면서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는다.) 한 번 던져 봤는데, 별 거 아니더라. 사람이라고 못 던져 보겠어? 아, 던지지는 못하려나. 그래도 밀어버릴 수는 있겠다. 걱정 마, 죽기라도 하겠어? 기껏해야 조금 다치는 거지. 아까 네가 세운 플롯이 이랬던가? 넌 나가기 싫었는데. 로넛 언니가 너를 막 벽 밖으로 밀어 내는 거야. 마음에 드는 플롯이네. 연기로 끝나기엔 아쉬울 정도로. 실행에 옮겨 보는 거야, 그럴 때는. 벽 밖으로 밀어내진 너를 보고, 나는 마마한테 가서 말하는 거지. 너와는 다르게, 연기도 필요하지 않을걸? 나는 네 말마따나 칭찬받기 위해 다른 녀석들을 깔보는 것이 일상이니까. 단순히 내 자신감에 휩쓸린 과하게 감정적인 네가 일으킨 사고 정도로 취급받을 수 있게 하는 거지. 음~ 스토리는 간단하게 이렇게 하는 거야. (목소리 가다듬고는 한심하다는 듯한 톤으로, 늘상 듣는 것처럼 익숙한 박자로 단어를 꾸며 낸다.)
같은 거. 네가 자신 있는 것이 연기라면, 내가 자신 있는 것은 변명이거든. 나의 잘못을 너의 잘못으로. 피해자를 피의자로. 나는 얼마든지 너의 자존심을 건드렸지만 그 뒤의 책임까지는 지고 싶지도, 질 생각도 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남으면서, 너를 겨우 자존심 하나로 마마의 말을 무시하고 하우스의 규칙을 어기고, 벽 밖을 뛰어나가서는 돌아오니 내가 밀었다는 식으로 변명을 늘어놓는 치기어린 허영심 가득한 바보로 만들어 놓을 수 있는 거야. 어때. 꽤나 재밌는 방법일 것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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