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룬은 자신의 동생 벨레스가 가축을 훔쳐 달아났을 때, 그를 죽였어요. 수없이 죽였어요. 그럼에도 벨레스는 끊임없이 페룬의 가축을 탐냈죠. 나는 벨레스에요. 페룬의 이능력을 훔쳤죠, 따라 페룬이 나를 몇 번이고 죽이려 들었고요.
나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다신 돌아갈 수 없을 거에요. 적어도 평범한 삶을 되찾더라도,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했을 아름다운 학창시절과 청춘을 잃게 되겠죠. 그러므로 페룬은 나의 인생의 일부를 죽였어요. 그럼에도 난 그의 것을 훔칠 거에요. 나는 막연히 신살神殺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단지 바란다고 그것을 이룰 수 없음은 잘 알아요. 다만 가만히 있기 싫기에, 준 만큼 갚아주는 거죠. 그의 영예를 강탈하고 명예를 빼앗고, 그의 신화를 흐리게 할 거에요. 그리고 끝내 그가 나를 신살하도록 만든다면, 그것은 그의 업보겠죠.
다만 모두가 그리 생각할 수는 없겠죠. 그저 하나의 이야기에요. 당신이 원하는 선택지를 내가 정해줄 순 없죠. 그러니 내가 고른 선택지를 보여줄 뿐이랍니다. 내게 이능력이 찾아왔을 때, 그때부터 나는 니키타로 살기로 결정했어요. 단지 그것뿐이에요. 나를 움직이는 건, 내가 원한다는 나에 대한 믿음, 그게 전부랍니다? 특이한 사람이라 불러도 좋고, 용감한 사람이라고, 무모한 사람이라고, 엉뚱한 사람이라고 불러도 좋아요. 렌쉬야는, 무엇을 믿나요? 무엇을 하고 싶나요? 무엇을 보고 싶나요? 그것을 고민해 봐요.
그걸로 말은 끝이었습니다. 그는 하고 싶었던 말을 전부 했습니다. 하고 싶다. 그것은 모든 그의 활동의 원동력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그걸 막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이 모든 대화 또한, 그가 하고 싶다는 의지에서 비롯되었으니, 하고픈 말을 전부 내뱉은 그에게서 더 이상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말이 바람임을 압니다. 모래시계의 무게 따위는 모르니, 이 말로 당신이 뒤집힘을 바라는 것은 그저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 양껏 숨을 내쉬는 바람과 다를 바 없는 행동임을 압니다.
당신의 의견은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은 그저 하나의 충동입니다. 적어도 자신의 겁쟁이 친구가 '원하는 것'이 자신의 것과 같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러니 최고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그만이 아닐까요? 당신이 할 수 있음이 보는 것이라면, 당신의 대적신이 무엇이든 본다면. 보여주면 그만입니다. 뒷머리를 짧게 묶고 있던 머리끈을 풀어 헤쳐, 당신의 손목에 팔찌처럼 걸어줍니다. 덩굴마냥 녹색으로 반짝이는, 잎사귀 장식이 있는 머리끈입니다. 그리곤 당신의 양손을 내밀어 붙잡고는 히죽 웃습니다. 주고 싶기 때문에, 줍니다. 모든 행동에 이유는 필요없음을 보일 뿐입니다.
선물에요. 친구여서 주는 거니까 별 부담 없이 받아도 좋아요. 내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강요하지 않아요. 렌쉬야의 마음대로, 원할 때 답해도 좋고, 답하기 싫다면 하지 말아요. 내가 막무가내인 것을 잘 아니까요. 그럼에도 언젠가 마음을 정해 대답해줄 때가 온다면, 그때 돌려주고 싶다면 돌려주세요. 더 좋은 걸 준다면 나는 더 기쁠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