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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 ME WHAT I WANT TO HEAR
2022.06.12~2022.06.19 TELLME
something-about.notion.site
>>앤오님의 갓 노션<<
여태까지,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들어 주시어 감사하다 말합니다.
이후, 한 명의 조연으로서, 당신들의 이야기에 찾아뵙겠습니다.
1권 完
TellMe
러닝 중 역극 밑 썰 발췌...계연 개연성 글 갚기(?)
- 제가...님캐의 해석이 어설플까봐 조이 시점만을 넣었습니다...러닝 중 역극...그리고 썰 풀었던 것에서 대충 대사 유추해서 넣은 게 많습니다 캐붕이라면 정말 꼭 바로바로 말씀해주세요....
- 저는...글을 간추리는 능력이나 제 글이 잘썼거나..늘어지거나...그런 걸 모르는 사람이라 그냥 뇌에서 나오는 모든 걸 갈겨냈습니다...죄송합니다 이런 인간이라도 봐주세요 헤헤 글 하나도 모르는 인간이 이러고 있으니 많이 부끄럽네요
- 마찬가지로 마음껏 바깥에 방생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정말마음껏써주세요...
세상은 한 권의 커다란 책이다.
그리고 모두는 각자의 책을 저술할 서술자이며, 각자의 인생을 노래할 화자.
각자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장르가 존재하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적습니다.
그것을 읽어줄 사람은 아마도 세상에 단 두 명, 본인과 세상 위에 존재 여부조차도 모를 한 명의 신.
그러니 어찌 행운이라 말하지 않을 수 있는지 묻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읽어준 사람은 무려 세 명이니.
그러니 내 인생의 두 번째 권을,
그리고 이 머릿말을
유이한 주인공인 당신에게 바친다고 적어내려니다.
사람들께 묻는다. 당신의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나열한다면 언제가 가장 특별한지. 모든 이야기에는 발단이 있고, 그에 따른 절정과 결말이 있다. 한때는 이 결말을 죽음이라 착각하였지만,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한때는 이 절정의 즐거움을 부러워하였다. 무릇 주인공에게는 위기가 있다. 고난이 있고, 덕분에 성장한다. 그들은 그것으로 단단해지고, 그것으로 그 사람에게 비로소 입체감이라는 것이 생겨난다. 존재한다면 모두 사람인가? 태어났다면 모두 사람인가. 나는 한때 그들이 부러웠다. 그는 단 하나의 이야기에서만 주인공이 될 수 있었으나, 절대로 그것은 그가 원하는 영웅의 상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꿈을 꾸었다. 멋진 히어로가 되는 것이다. 다만 간과한 것은 멸망해가는 세상에서 히어로를 지원한 자들은 절대로 평범한 사람들은 아닐 거라는 점. 그는 그들을 보며 질투와 동경을 함께 꿈꾸었다.
어린 마음에 내가 내던진 것은 그의 인생. 주인공이라는 모두에게 주어진 특권.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난 그는 세상의 방관자가 되었으며 모두의 불행을 즐긴다. 눈 앞에는 하나의 벽을 세워 세상과 그를 분리시킨다. 뮤지컬처럼 춤을 추고 소설처럼 시를 읊는다. 모두의 이야기에 집착하며, 때론 서슴없이 그들 사이를 파고든다. 그것이 그의 인생의 의미였으며, 전부였다. 다시 생각한다면 멸망 따위를 즐겼던 건 착각이 아니었을까.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접어 두자. 어쨌든, 그의 인생의 마지막 장이 덮인 것은 멸망 탓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늘상의 관찰 사이 하나 눈에 띈 사람 덕분이었다. 첫만남은 아니었을 터였다. 다만, 그 이전의 만남은 전혀 특별하지 않았는지 조금도 기억나지 않는다. 따라 나는 그때를 첫만남이라 지칭한다. 그는 그때 분명 무료했다. 히어로와 빌런이 모인 자리인데도, 조금도 특별한 일 따윈 일어나지 않는다. 적어도 그때의 그는 만나자마자 으르렁거리더니 치고박는 정도를 상상했나 보다. 오, 그렇지만 지금 와서의 나는 그때가 분명 세상에서 제일 특별한 순간 중 하나일 것이라 단언한다. 오, 나의 인생의 유이한 주인공과의 인연은 그리 시작되었으니.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꾼은 당연하게도 그 보랗빛 머리카락의 여인에 대해 알았다. 이야기꾼은 절대 이야기라면 가리지 않았으니, 빌런들에 대해서라면 적당히는 알고 있었다. 한쪽뿐인 눈을 찡긋거리는 것에서 유추한 것은 이오 데메테르, 이십 대 후반의 여성, 그리고 이야기꾼의 적이자 빌런. 아는 것은 그 정도였다. 우리의 대화는 평범한 스몰토크였으나, 가령 자신이 정상적인 반열에 오른다 주장하는 이들은 그것이 어딘가 핀트 나간 대화였다고 말하였을지도 모른다. 가려진 얼굴을 들춰보고 싶어하고, 그것을 살짝 놀리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교환해 나가기 시작했다. 본디 이야기꾼이란 대가 없이도 흔쾌히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였으나 이야기꾼은 지금 꽤나 심심했고, 작은 분풀이였을 뿐이었다.
둘은 금세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 소속이 다르다는 것 정도로 서로를 배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우리의 대화주제는 가벼움과 무거움을 쉽게 넘나들었다. 우리가 거의 초면에 가까웠다는 점은 대화에 장점으로 작용했을까? 별 이유 없이 착용한 나의 가면부터, 자신이 어째서 여기에 서 있는지. 적당히 정보는 생략되었고, 겉은 번지르르한 대화였다. 우리는 금세 대화에서 서로의 신념을 펼쳐나갔다. 둘의 신념은 상극이었지만 적당히 충돌하지 않았고, 마치 맞지는 않으나 어긋나지도 않은 레고 블럭처럼 달칵-소리와 함께 맞물려 대화를 이어주었다. 이야기꾼은 멸망과 함께 그것의 이야기를 탐함을 숨기지 않고 설파했으며, 상대의 반박에도 무색하게도 자신만의 철학을 예쁘게 짜 내뱉었다. 동시에, 이야기꾼은 어느 밀밭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은 이야기꾼이 평생 보지 못할 광경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영상을 그려내게 만든다. 이전에 읽었던 한참 전의 문학에서 끌어낸 관용구가 떠오르게 만들었다.
알아냄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오던 학자는 끊임없이 물었고, 답하기를 평생의 업으로 삼아오던 이야기꾼은 끊임없이 답했다. 다시금 생각해본다면 이런 부분에서도 그들은 참으로 달랐다. 그에게서 나올 만한 유의미한 대화라고는 똑같은 모습으로 싱글벙글한 입에서 흘러나온 단어뿐이었으니 언제나 이야기꾼의 말은 길어졌다. 다만 모든 단어 하나하나를 몸짓과 표정이 함께하는 연구원은 언제나 말이 짧고 간결했으며 핵심을 짚었다. 멋진 일이었다, 말이 아닌 다른 것을 곁들인 대화를 하는 이를 만나 대화한다는 건.
죽음이 두렵진 않아? 네 집필은 결국 네가 영원히 펜을 들지 못하게 할 거고, 입을 열 수도 없는 상태로 이끌거야.
주마등이 목적인 집필이 공포스럽지 않을 수 있어?
이야기꾼은 그의 인생에 대해 꽤나 확고한 정의를 내렸으며, 자신마저 그 이야기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냐는 물음에 자신은 답한다. 다만 한 가지 그 누구도 모르던 것은, 그것을 확실하게 정의하던 순간 그는 남의 개입 따위는 조금도 없던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말합니다, 같은 어미는 어느새 자연스레 대화에서 적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변화였다. 그 누구도 몰랐던.
예, 상관없습니다. 그때 가서야 후회할지도 모르겠으나...그 후회 한 순간에 사로잡혀 평생을 걱정하거나 되돌아가야 한다며 재미없고 제가 원하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은 거부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펜을 들지 못한다면 입을 열고, 입을 열지 못한다면 그저 보고 듣습니다.
내가 서술하는 이야기는 남을 보이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저와 저 하늘의 아마도의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평생을 지나 그것을 이해해주는 청자를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나는 나를 이해해줄 나와 저 위의 신에게 속삭일 뿐입니다.
나는 그것을 평생으로 삼았으며, 비록 내가 틀렸더라도 해도 그것을 인정하고 두려워할 생각이 없다고 말합니다. 따라 나는 죽음을 기대합니다. 동시에 기대하지 않습니다. 아주 즐거운 책을 읽는다면 책의 마지막을 알고 싶기에 안달나지만 막상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아쉽듯 말입니다.
... 분명, 분명 어딘가 어긋난 것 같거든? 내가 배웠던 도덕부터 기본적인 개념, 마땅한 진리. 그 모든 것과 들어맞지 않는데...왜 네가 타인의 이야기에 집중하는지 알 것 같아.
이해한다고 하면 분명 기만이겠지. 동경해. 죽음을 기대할 수 있는 용기와, 동시에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고루 갖췄네.
동경. 그가 평생 해왔던 일을 두 단어로 줄이자면 분명 그것이겠지. 다른 이들을 끊임없이 동경하고 질투한 그에게 처음으로 동경한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 그는 그것을 하나의 응원이라고 평가한다. 그것보다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면 분명 이야기꾼이라는 자신이 무너질 것 같았다. 이야기꾼의 본분은 남의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것. 자신의 이야기는 절대로 상대의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대화를 단호하게 끊어내고는 말을 돌린다. 아까의 대화주제를 도로 끌고오기로 한다. 화려한 밀밭. 그것에서 당신은 행복을 찾는가? 자신을 동경한다고 말하는 이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사지로 기어들어왔을지도 모를 이곳에 어떤 신념을 가지고 당신은 발을 딛었나.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열었다.
내 밀밭에는 그런 게 있어. 친절, 다정, 상냥함, 그리고… 채 다 버리지 못한 인류애 따위의 것들
(...)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 책을 하나 써야겠다. 그곳에서의 내 이야기를. 분명 네가 궁금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발신인 이오 데메테르, 수신인 테일 텔러. 피아를 무시하고, 이것은 REW의 일원이 FF의 일원에게 전하기보단, 주인공 이오 데메테르가 이야기꾼에게 보내는 하나의 선물. 삽화로 꼭 네가 그려냈던 것과 닮은 들판을 넣어야지. 흔들리는 노을의 파도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묘사해야지.
알아낸 이야기는 솔직히 말해, 형편없지는 않지만 특별하지 않았다. 멸망이 다가오는 세상에서 부모를 잃은 자를 꼽으라면 한참이 있을 것이었고, 따라 무언가에 집착해 신념이 세워진 경우라면 빌런과 히어로 사이에 숱했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의 이야기가 정말로 흥미로웠다. 동시에 더더욱 궁금했다. 그 이후의 이야기, 그 이전의 이야기. 재미없을 것이 뻔한 이오 데메테르라는 인간이 궁금해진다. 당신의 과거를 전부 알아내고는, 당신의 미래를 알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켰을까? 당신의 한마디는 꽤나 자신을 만족스럽게 했다. 동시에... 과거이자 미래가 될 그곳을 처음으로 상상한다. 절대로 자신의 것이 되지 않으리라 믿은 것. 그는 거기서 둘의 대화를 끊어내었다. 말하고 들어갈수록 꼭 자신이 이야기꾼이 아닌 것 같았으니까.
둘의 다음 대화는 아마도 커다란 벽 앞의 고해. 조용한 밤에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엉망진창인 노랫소리뿐이었으나 새까만 자국으로 뒤덮인 벽이야말로 그곳에서 제일 시끄러웠다.